코로나 이후로 개발자 취업과 관련된 컨텐츠들이 사회적으로 꽤 관심을 모아왔다.
(물론 요새는 개발자들도 돈 잔치가 끝나가는 추세라 작년까지에 비하면 올해는 좀 시들..)
나도 코로나 이후에 취업했기에 내가 취업하면서 공부했던, 겪었던 일들을 이 블로그에 적어냈지만 진지한 취업 썰(?)을 풀어 본 적이 없던 것 같아서 심심했던 차에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건 '나는 이랬다~' 정도의 '썰'이다.
취업에 대한 꿀팁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임을 밝힌다.
산학협력 프로젝트
우선 난 지방에 있는 한 4년제 대학교를 나왔다.
군대 복학 타이밍이 안 좋아서 엇학기라 다른 동기들에 비해 한 학기 늦게 졸업하는 커리큘럼을 밟고 있던 상태였다.
우리과는 현장실습을 해서 학점을 따야 졸업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미리 it회사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아아ㅏㅏ아주 좋은' 제도가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엔 졸업 프로젝트에서 같이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일한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는 기업이었다.
좀 이상했던 것은 분명 회사 업력 사진 같은 곳에서는 예전에 일했던 직원들의 사진이 있었는데 회사를 가니까 대표와 디자이너 1명 밖에 없었다.
뭐.. it쪽은 이직이 활발하니(?) 그러려니 생각했었다.
어찌됐든 1학기에 산학협력프로젝트에 이어서 여름 방학기간동안 현장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회사에서 실제 출시 예정인 서비스를 개발을 해야됐는데... 아까 언급했다시피 이 회사는 사수라고 할만한 직원이 없었고 그냥 학생들끼리 투닥투닥 팀프로젝트하듯이 개발을 해야했다.
회사의 대표님은 어떻게든 우리가 일하고 있는 기간동안 개발을 완료시키려고 우격다짐으로 '언제까지 이 기능 만들어와' 라고 했고..
당연히 기간 안에 어떻게든 돌아가는 기능만 만들려고 하다보니 코드 퀄리티고 구조고 나발이고 신경쓰지 않고 개발을 했다.
뭐... 솔직히 나도 그 당시까지만 해도 마인드가 코드의 퀄리티보단 다른 사람들이 보고 '우와 잘만들었네' 라고 하는 반응만 보고 싶어서
디테일은 신경 안 쓰고 빨리 만드는데만 집중하긴 했다.
진짜 문제는 현장실습이 끝나고 계속 이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2학기부터 시작됐다.
2학기에 들었던 수업 중, 데이터베이스 수업이 있었는데 한 학기 내내 같은 조로 팀프로젝트를 진행해야했는데...
4학년이 되도록 자바 코드 한 줄도 제대로 못 짜는, 심지어 전자공학과 학생보다도 못한 똥싸개 팀원이 한 명 있었고, 팀장이었던 나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거 하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산학협력 프로젝트에서도 내가 개발하는 비중이 거의 70프로에 가깝다 보니 점점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지쳐감을 느꼈고 이에 대한 어필을 대표에게 했지만 항상 말로는 날 달래듯이, 뭔가 엄청난 해결책을 내줄 것처럼 해놓고는 결국 2학기가 끝날 때까지 나는 소모당했다.
사실 여름방학 당시의 현장실습 때까지만 해도 대표와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나,
2학기 이후로 오만정이 다 떨어져버렸고...
이 와중에 대표는 겨울방학에도 현장실습을 시키려고 꼬드기려고 하고 있었다...
현장실습은 취업 준비를 핑계로 거절을 하자, 대표는 그럼 우리가 개발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하면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묻더라.
처음엔 이 대화를 빨리 끊고 싶어서 우선 알겠다고 했지만....
2학기가 끝날 때,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서 할 친구에게 인수인계를 하라며 사람 불러다 놓고 끝까지 고생을 시키길래...
그간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친구들을 회의실에서 내보내놓고 이제 이 시간 이후로는 해당 프로젝트와 완전히 손절할 것을 대표에게 선언을 했다.
이렇게 말하면 꼭 한바탕한 것 같지만, 그냥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쌓여왔던 힘듬을 토로하고 이 프로젝트 자체에 정이 떨어졌으며 죄송하지만 더 도움을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사실 이것보다도, 만약 여기서 내가 '네 도와드릴게요' 라고 한다면 분명 이후에도 날 이 핑계 저 핑계대며 불러서 괴롭힐게 뻔해보였기에 일찌감치 손절 선언을 한거다.)
다행히 내가 이 정도로까지 이야기를 하니 대표도 날 더 이상 붙잡지 않았고
나를 제외하고 대표를 따라갔던 친구들은... 결국 나보다 더한 마음 고생을 하며 끝이 났다.
이 일을 겪으면서 인생의 큰 교훈을 하나 얻게 되었는데,
말로는 뭐든지 해줄 것처럼 하면서 결국엔 태도가 변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엮이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
멍청했던 상반기 취준
그렇게 인생에 큰 깨달음을 주었던 경험을 끝내고, 2020년 1월 겨울방학부터 난 본격적으로 취준을 시작했다.
처음에 친구들이랑 카페에 모여서 시간날 때마다 같이 공부하려고 했는데, 기가 막히게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뭐 그래서 알아서 각자 집에서 공부를 했고 우선 가장 큰 난관으로 예상되었던 코딩테스트에 대비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열심히 연습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당시에 난 알고리즘 공부에 대한 접근을 잘못했었다.
인터넷 블로그에 적혀있는 'DP, BFS, DFS만 알면 통과함!' 개소리를 믿고, 마치 기출문제 풀듯이 백준에서 해당 카테고리의 문제들만 주구장창 풀었다.
당연히 예상되겠지만 이론적인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알고리즘 공부는 마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수학성적과 같이 멸망해버렸다.
무려 2020년 상반기에 치뤘던 모든 코딩테스트에서 전패를 당했다.
반년동안 처참한 결과에 절망하며 상반기 시즌을 그렇게 보내버렸다.
조금씩 변화를 준 하반기 취준
하반기를 시작하며 2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 코드들 싹다 리팩토링하자.
예전에 네이버 웹툰 면접 썰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내가 했던 프로젝트들의 엉망진창인 코드들로 면접을 진행하니 일단 너무 부끄러웠고, 코드 자체에 허점이 너무 많아서 치고 들어오는 질문들에 대해서 그냥 '어... 제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정도로 밖에 대답을 못 했다.
이 때부터 단순히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코드 자체의 퀄리티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되었다.
두 번째, 알고리즘 이론에 집중하자.
상반기 때 우격다짐식으로 알고리즘 문제만 주구장창 풀고, 개같이 멸망해버리고 나서 알고리즘 이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쪽으로 코딩테스트 준비 방향을 수정했다.
좀 더 정확히는, 알고리즘 별로 어떤 경우와 어떤 조건이 있을 때 쓰일 수 있는지를 분류하고 정리를 했다.
사실 첫 번째는 잘 모르겠고.... 두 번째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1~2일에 걸쳐서 알고리즘 하나씩 이론과 구현 예시를 정리했고, 예시 문제 또한 첨부를 해서 어떤 경우에 쓰이는 지를 외우기 시작하니 문제 푸는게 좀 더 수월해짐을 느꼈고 하반기에 최초로 코딩테스트 합격을 했다.
그리고 그 최초로 합격한 코딩테스트가 최종합격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의 인연을 만들어주었다.
기업별 느낌
취업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는지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지원했던 기업별 감상들이 있었다.
삼성:
이 무지막지한 기업은 상하반기 두 번 다 서류 광탈을 당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삼성 구미 캠퍼스에 견학을 갔다오고 '와 여기 꼭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엄청 열의를 가지고 자소서를 쓰고, 코딩테스트도 삼성 기출문제만 엄청 풀었는데 개뿔.... 서류도 한 번 합격을 안 시켜주더라....엉엉
SK:
여기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공을 굉장히 많이 들여서 서류 준비를 했으나 2번 다 광탈....
인적성 책까지 샀었는데.... 삼성이나 SK나 둘 다 김칫국만 마시다 끝이 났다.
아무래도 제조업 쪽은 내가 준비해온 방향이랑 맞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
상반기 인턴, 공채 코딩테스트 난이도를 보고.... 사실상 취업 시도를 포기한 기업이었다.
이런 문제를 푸는 놈들이랑 경쟁해야한다고?!
그냥 니들이 합격하세요.... ㅠ
당연하지만 코딩테스트 통과는 꿈도 못 꿨다.
네이버:
네이버 그룹 공채, 네이버 웹툰 인턴, 네이버 클라우드 인턴, 웍스 모바일 인턴....
삼성과 함께 내가 무조건 제일 가고 싶어했던 기업이었던 네이버는....
사실 코딩테스트 난이도도 카카오 같은 곳에 비하면 평이한 편이었고 서류 준비도 할만했는데....
정말 지독하게도 결국은 인연이 못 되었다.
정말 가고 싶었고, 대학 동기들도 많이들 갔기 때문에 나도 그 무리에 끼고 싶었지만 매몰차게 매번 거절당했다....
네이버는 사실 코딩테스트도 코딩테스트지만... 면접 준비를 알차게 해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라인:
라인도 네이버랑 감상이 거의 비슷하다. 코딩테스트 풀고 합격할 수도 있겠는데 싶었지만 두 번 다 광탈 당했다.
쿠팡:
뭐랄까... 네이버가 지독하게도 나랑 인연이 안되었던 것과 반대로,
쿠팡은 코딩테스트부터 라이브 코딩까지... 신기할 정도로 술술 진행이 되었다.
코딩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던 문제도 내가 카카오코테에서 쓴 맛을 보고 열심히 연습했던 유형의 문제였던지라 무난하게 풀어냈고... 라이브 코딩에서도 신기하게도 모든 문제들을 술술 풀어서 최종합격까지 했다.
인연이 될 기업은 뭘해도 되는건가 싶었다.
이 외에도 여러 이런저런 기업들에 지원을 했지만 대부분 크게 관심이 없었거나, 서류 광탈했거나 한 곳들이라... 쓸만한 가치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취업하고 후기
지금 회사에서 벌써 1년 반 넘게 일하고 있는 중인데,
나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급의 it기업과 가장 최악의 부류 기업을 둘 다 겪어봐서 그런지 확실히 첫 취업은 커리어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라는 생각이든다.
지금 만약 내가 그 때 현장실습하던 회사에 붙잡혔다면
내가 개발한 코드를 리뷰해주고 이끌어줄 사수도 없는 곳에서,
직원이 대표 혼자만 있는 기업에서,
REST API는 커녕 txt파일로 데이터 내려받는 구조로 앱 개발하는 회사에서,
대학생 때처럼 조별과제 하듯이 개발을 했을 것이다.
반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선....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동료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고,
취업 이전과는 훨씬 다르고 깊은 농도의 지식과 경험을 쌓고 있다.
결론
뭔가 적고나니... '중소기업 절대 가면 안됨' 이란 식으로 들릴까봐 좀 걱정이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썰과 후기일 뿐이다.)
너무 혼자 주절주절 썰만 푼 것 같아서 개발자로의 미래를 생각 중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하자면...
1. 뭐든 급하게 배우지 말자.
급하게 배울 수록 지식의 깊이와 농도는 얕아지게 된다.
이런 부분은 조금만 실력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티가 나고
코드 퀄리티가 이를 증명해준다...ㅠ
2. 소프트 스킬 향상
면접이든 회사에 들어가서든 다른 사람과의 끊임없는 토론, 커뮤니케이션은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취업을 하고 나면 '내가 이렇게 말을 못 했었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떤 주제로든 토론을 하며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며 소프트 스킬을 늘리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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